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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난 잔치에 먹을게 없었다: 오징어 게임의 참담한 결말..

by 콘테1 2025. 6. 28.



전세계를 들썩이게 만든 그 약속은 어디로 갔을까

"오징어 게임 시즌 3 결말이 아쉽다". 이 한 마디로 수많은 시청자들의 마음을 대변할 수 있을 것이다. 시즌 1의 충격적인 성공 이후 전 세계가 손꼽아 기다렸던 후속 시즌들이 결국 우리에게 남긴 것은 깊은 실망감뿐이었다.

마치 소문난 잔치에 참석했는데 정작 먹을 것이 하나도 없는 상황과 같았다. 화려한 포장지에 싸인 선물상자를 열어보니 텅 비어있는 느낌. 그것이 바로 오징어 게임 시즌 2와 3이 우리에게 안겨준 배신감의 정체다.


상업화의 압박

가장 큰 문제는 급하게 제작된 티가 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났다는 점이다. 시즌 2와 시즌 3 사이의 불과 6개월이라는 제작 기간은 그 자체로 모든 것을 말해준다. 넷플릭스는 글로벌 히트작의 열기를 식기 전에 최대한 빨리 수익을 뽑아내려 했고, 그 결과 작품의 질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명기라는 캐릭터가 대표적인 예다. 상우의 짝퉁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던 이 캐릭터는 작가들이 새로운 아이디어 대신 기존 공식을 재탕했다는 증거였다. 자신의 아이가 게임에 참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게임 지속에 투표한 그의 행동은 상우의 절박함과 미묘함이 전혀 없는 얄팍한 탐욕으로만 느껴졌다.


미완성된 스토리

준호와 아기의 운명이 여전히 오리무중인 것도 답답하기 그지없다. 시즌 1에서 그토록 중요하게 다뤄졌던 준호와 인호 형제의 대면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시청자들이 몇 년간 궁금해했던 핵심 질문들을 해결하는 대신, 제작진은 새로운 미스터리만 양산해냈다.

대호의 갑작스러운 죽음도 마찬가지다. 캐릭터의 잠재력을 제대로 살리지도 못한 채 급하게 처리된 그의 퇴장은 감정적 무게감이 전혀 없었다. 준희의 죽음 역시 임신한 상태에서 발목까지 다친 캐릭터의 운명이 너무나 뻔했기에 긴장감보다는 예측 가능함만 남겼다.

예술에서 상품으로 전락한 비극

가장 씁쓸한 것은 시리즈 자체가 스핀오프 광고처럼 느껴졌다는 점이다. "오징어 게임 미국편"을 홍보하기 위한 도구로 전락한 결말은 팬들에게 모욕감마저 안겨줬다. 황동혁 감독이 기훈의 희생을 통해 전달하려 했던 숭고한 메시지도 이런 상업적 냄새 앞에서는 무력해졌다.

VIP들의 어색한 연기는 또 다른 고역이었다. 마치 대본을 처음 읽는 것 같은 어색함은 몰입을 완전히 깨뜨렸고, 작품 전체의 완성도를 의심하게 만들었다.


시청자 배신감의 근원

우리는 왜 이렇게 실망했을까? 시즌 1이 보여준 날카로운 사회 비판과 인간 본성에 대한 깊이 있는 탐구를 기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후속 시즌들은 그런 철학적 깊이 대신 액션과 스릴러의 공식에만 의존했다.

기훈이라는 캐릭터의 일관성도 심각하게 훼손됐다. 시즌 1에서 도덕적 나침반 역할을 했던 그가 시즌 2에서는 폭력적이고 모순적인 모습을 보이다가, 시즌 3에서 갑자기 희생적 영웅으로 변모하는 과정이 자연스럽지 못했다.

현실적 기대와 냉정한 평가

물론 일부 긍정적 평가도 있었다. 뛰어난 프로덕션 디자인과 이정재의 연기력은 여전히 인상적이었고, 게임 자체의 창의성도 나름의 재미를 제공했다. 하지만 이런 부분적 성취들이 전체적인 서사 붕괴를 가릴 수는 없었다.

황동혁 감독의 의도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기훈의 희생을 통해 인간의 이타적 본성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려 했던 것도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그 숭고한 메시지마저 급하게 제작된 맥락 속에서는 진정성을 잃고 말았다.


예술적 완성도 vs 상업적 성공

오징어 게임의 몰락은 현대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구조적 문제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글로벌 히트작이 만들어내는 엄청난 수요와 빠른 수익 창출에 대한 압박이 어떻게 창작자의 예술적 비전을 짓밟는지 생생하게 증명했다.

왕좌의 게임, 로스트, 덱스터 등 다른 논란작들의 전철을 그대로 밟은 셈이다. 시청자들의 감정적 투자와 기대를 저버린 채 제작자의 일방적 메시지만 강요하려 한 결과가 바로 이런 참혹한 결말이었다.